내 꿈에 나타난 '귀신'의 정체– 억압된 감정과 자아를 마주하다
약 한 달 전, 매우 강렬한 꿈을 꿨어.
어떤 여자가 귀신이 나타났다며 소리쳤어. 귀신을 데리고 어느 집에 갔고, 그 집에는 부부 상담사가 살고 있었어. 집 전체가 하얀색이었고, 상담사 부부의 아이 둘은 평온하게 놀고 있었지.
귀신이 등장했지만, 아무도 놀라지 않았어. 모두가 차분했어.
그 여자는 다급하게 상담사 부부를 방으로 불러서 말했어.
“귀신을 조심해요! 가까이 가면 피가 날 수 있어요!”
귀신과 함께 화장실로 갔는데, 귀신이 변기 위에서 피를 뚝뚝 흘렸어. 그런데 그 피를 자기 손으로 닦아내더라고. 공포의 대상이 배려심 있는 행동을 한다는 게, 아이러니했어.
상담사 부부 앞에는 대야 하나가 놓여 있었고, 그 안엔 피가 흥건하게 가득했어.
그런데 이상한 점은, 사람이든 귀신이든 몸에는 피가 묻지 않았다는 거야.
피는 흐르고 있었지만, 피를 흘리는 '주체'는 없었어.
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, 알았어.
그 귀신은 나였다는 걸.

융의 관점으로 본 꿈 해석
1. 배경: 집
융에게 ‘집’은 자아의 구조를 상징해.
꿈속 하얀 집은, 진실함 한 스푼 발라진 내 정신 상태 같았어.
2. 귀신 = 나
‘귀신’은 종종 무의식 속 억압된 감정이나 부정적인 자아, 즉 '그림자'를 뜻한다고 해.
이 꿈은 결국, 나의 억압된 감정 혹은 자아와 직면하는 경험이었어.
3. 부부 상담사
외부 인물 같지만, 꿈에서는 자아의 한 측면을 의미해.
특히 ‘심리상담사’에게 퇴마를 요청한 장면은 흥미로웠어.
마치 내 내면 문제를 전문가에게 넘기고 싶었던 무의식이 드러난 것 같았거든.
4. 피
융적으로 ‘피’는 생명력, 또는 감정의 방출을 상징해.
피가 사람 몸에 묻지 않고 대야에 담겨 있는 모습은 감정이 직접 표출되지 않고 억압된 채 흘러나가는 상태처럼 느껴졌어.
이 꿈을 꾸게 된 배경
꿈을 꾸기 전날, 오랜만에 은사님을 만났어.
자연과 함께하는 농원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지.
그걸 보면서 나도 나를 너무 속박하지 말고, 편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.
그 의식이 억눌린 내 무의식을 불러낸 것 같아.

나를 억압해 온 두려움
1. 피 흘리는 주체는 없지만, 흐르는 피
나는 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 봐 조심하는 버릇이 있어.
편하게, 눈치 보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억압 속에 살아왔던 거지.
몇 달 전, 그룹 상담에서 마음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배운 적 있어.
결국 이 꿈은 나에게 말해줬어.
“나 스스로가 피를 흘린다고 규정했구나.”
2. 귀신이라고 소리쳤던 여자
귀신을 쫓아내려 다급했던 그 여자는 내 그림자였어
나를 ‘귀신’이라 규정하고 두려워한 유일한 존재였지.
“내가 귀신처럼 해로운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워했던 나 자신”을 보여준 거야.
결론은 이거야
“내가 무서워했던 건 귀신이 아니라,
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상상.
사실은… 아무도 안 다쳤고,
나만 그걸 두려워하고 있었구나.”

인식과 해방
이 꿈을 꾼 뒤,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.
어릴 적 형성된 나의 억압과 그 이유를 되짚었고,
내가 왜 조심스럽게 살아왔는지를 이해하게 됐어.
그리고 감정과 언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.
가족에게, 친구에게,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연습도 했지.
반말로 쓰는 이유
갑자기 반말로 쓴 글에 누군가는 당황스러울까 봐 이유를 남겨봐.
나는 원래 말할 때 ‘툭툭’ 내뱉는 스타일이야.
근데 늘 ‘친절하게’, ‘따뜻하게’ 말하려고 애써왔거든. 그런 게 몸에 배어 있어.
하지만 이 공간에서는,
이제 내 ‘툭툭이’ 스타일 그대로 생각과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어졌어.
내 모습 그대로를 존중해 주는 친구들이
늘어갔으면 좋겠어 :)
